대나무 화장지는 정말 친환경일까? 탄소발자국 연구로 비교해봤습니다
대나무 화장지는 정말 친환경일까? 탄소발자국 연구로 비교해봤습니다
최근 온라인에서 대나무 화장지, 대나무 휴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무를 베지 않는 화장지’, ‘빠르게 다시 자라는 대나무로 만든 친환경 화장지’, ‘지속가능한 화장지’라는 설명도 자주 따라붙습니다.
실제로 대나무는 생장이 빠르고 반복해서 수확할 수 있는 자원입니다. 이런 특성만 보면 일반 목재펄프로 만든 화장지보다 환경에 훨씬 좋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화장지의 환경성을 원료의 성장속도 하나만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최근 발표된 대나무 화장지의 전과정평가(LCA) 연구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친환경성 판단 위해선 훨씬 많은 것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대나무가 화장지로 만들어지기 위해선, 수확한 뒤 섬유를 분리해 펄프로 만들고, 세척과 표백 등의 과정을 거쳐 원지를 생산해야 합니다. 이후 화장지 가공, 건조, 포장, 운송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됩니다.
따라서 친환경성을 판단하려면 원료뿐 아니라 펄프 생산부터 제조공정, 에너지 사용, 운송,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대나무 화장지 탄소발자국을 직접 비교한 연구
2025년 국제학술지 《Cleaner Environmental Systems》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연구진이 대나무와 목재 기반 위생용지의 환경영향을 비교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논문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Comparative life cycle assessment of bamboo-containing and wood-based hygiene tissue: Implications of fiber sourcing and conversion technologies
연구에서는 일반적인 화장지 생산기술인 LDC 방식 등을 기준으로 목재펄프 화장지와 대나무펄프 화장지의 전 생애주기 탄소발자국을 비교했습니다.
- 미국 생산 목재 기반 화장지 1,824 kg CO₂eq/ADt
- 미국 생산조건에서 대나무펄프를 적용한 화장지 2,041 kg CO₂eq/ADt
- 중국에서 생산한 대나무 화장지 2,400 kg CO₂eq/ADt
(ADt는 수분함량을 일정하게 보정한 풍건톤(Air-Dry Ton) 기준)
같은 미국 생산조건에서 목재펄프 대신 대나무펄프를 사용했을 때 탄소발자국은 오히려 약 12%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생산되는 중국 대나무 화장지는 비교 대상인 미국 생산 목재 기반 화장지보다 약 32% 높은 탄소발자국을 나타냈습니다.
이 연구 하나만으로 전 세계 모든 대나무 화장지가 목재 화장지보다 환경성이 떨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생산국가와 에너지 구조, 펄프 제조방법, 설비와 공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대나무로 만들었으니 당연히 탄소배출이 적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ScienceDirect][2])
중요한 것은 대나무보다 ‘어떻게 만들었는가’
연구진이 특히 주목한 부분도 바로 제조공정입니다.
대나무라는 원료 자체보다 화장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생산기술을 사용하고, 어떤 에너지원을 사용하는지가 전체 환경영향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6년 《Journal of Environmental Management》에 발표된 별도의 대나무펄프 전과정평가 연구에서도 표백 대나무펄프의 탄소배출에 펄핑과 알칼리 회수공정이 큰 영향을 주고, 종이 생산에서는 압착과 건조처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공정이 중요한 배출요인으로 분석됐습니다. ([ScienceDirect][3])
결국 화장지의 친환경성은 단순히 대나무인가, 나무인가 만으로 결정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어디서 원료를 얻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펄프를 생산했는지, 제조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물을 사용했는지, 어떤 에너지를 사용했는지까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FSC 인증 대나무 화장지는 무조건 친환경일까?
대나무 화장지를 살펴보다 보면 FSC 인증 표시를 간혹 볼 수 있습니다.
FSC 인증은 매우 의미 있는 인증입니다. 산림에서 생산된 원료가 책임 있는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그리고 인증 원료가 공급망을 따라 적절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FSC 인증의 목적과 제품의 전과정 환경성 평가는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FSC의 공급망 인증(Chain of Custody)은 산림 유래 원료가 생산부터 유통까지 FSC 기준에 따라 추적·관리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제도입니다. 제품 제조과정에서 실제 사용한 전력량과 물 사용량, 탄소배출량, 장거리 운송 등까지 계산해 다른 화장지보다 탄소발자국이 낮다는 사실을 인증하는 제도는 아닙니다. ([Forest Stewardship Council][4])
따라서 FSC 인증은 책임 있는 원료조달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지만, FSC 인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화장지가 다른 제품보다 전체 환경영향이 낮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100% 대나무 화장지’인데 실제로는 대나무가 거의 없었던 사례도
제품에 적힌 원료표시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4년 영국 소비자단체 Which?는 ‘100% 대나무’ 또는 대나무만 사용한다고 홍보한 화장지 브랜드 5개를 독립시험기관에 의뢰해 섬유조성을 검사했습니다.
그 결과 5개 가운데 2개 제품은 실제로 100% 대나무 섬유로 확인됐지만, 나머지 3개 제품에서는 대나무와 유사한 풀계열 섬유가 각각 2.7%, 4%, 26.1%만 검출됐습니다. 나머지 섬유 대부분은 유칼립투스와 일부 아카시아 등 목재계 섬유였습니다.
시험은 제지산업에서 사용되는 섬유분석 규격인 TAPPI T 401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Which?][5])
FSC도 별도의 대나무 화장지 공급망 조사 과정에서 제품에는 ‘FSC 인증 산림에서 나온 100% 대나무’라고 표시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유칼립투스 FSC Mix 펄프가 혼합된 사례를 공식적으로 공개한 바 있습니다. ([Forest Stewardship Council][6])
그렇다면 진짜 친환경 휴지는?
재활용펄프로 만든 화장지에 대한 연구가 보여주는 바는 확실합니다.
독일 환경청(Umweltbundesamt)은 2022년 「그래픽용지 및 위생용지 전과정평가」를 발표했습니다.
재활용지와 새 펄프를 사용하는 종이의 환경영향을 비교한 결과, 재활용지는 조사한 거의 모든 환경영향 범주에서 새 펄프 제품보다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균적으로 재활용지 생산은 새 펄프 종이에 비해 물 사용량 약 78%, 에너지 사용량 약 68%, 이산화탄소 배출량 약 15%를 줄이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Umweltbundesamt][7])
특히 화장지, 키친타올, 핸드타올 같은 위생용지는 일반 종이와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한 번 사용한 뒤 대부분 하수나 폐기물로 배출되기 때문에 다시 종이의 원료로 회수하기 어렵습니다. 독일 환경청은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이미 여러 차례 사용된 재활용섬유를 화장지와 같은 위생용지의 마지막 사용처로 활용하는 것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합니다. ([Umweltbundesamt][8])
친환경 대나무 화장지는 그린워싱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 공개된 전과정평가(LCA)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대나무라는 원료만으로 대나무 화장지가 다른 목재펄프 화장지보다 친환경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원료가 주는 ‘친환경 이미지’보다는 실제로 자원을 얼마나 다시 사용했는지, 제조과정의 환경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시험과 인증자료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것이 친환경 화장지를 판단하는 조금 더 정확한 기준이 아닐까요?
**참고자료**
Cleaner Environmental Systems(2025), *Comparative life cycle assessment of bamboo-containing and wood-based hygiene tissue: Implications of fiber sourcing and conversion technologies*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Bamboo Tissue Paper May Not Be as Eco-friendly as You Think*
Umweltbundesamt(독일 환경청, 2022), *Updated life-cycle assessment of graphic and tissue paper*
Umweltbundesamt, *Recycling-Toilettenpapier und -Taschentücher schonen die Umwelt*
Which?(2024), *Testing exposes dubious eco-friendly toilet roll claims*
Forest Stewardship Council(FSC), *Investigation into bamboo toilet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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